어제 친구와 시내에 나갔다가 꽤 잘 들어맞는다는 타로카드집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여러개 몰려있던 천막 중 그 집 앞에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눈에 띄었다.
놓여있는 의자 앞에 앉아 수다를 떨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좋았지만 건물들 사이로 부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상당히 추웠다.
그래도 봄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삼십분이 넘게 기다린 것 같았다.
차례가 와서 친구와 둘이 천막 안에 들어갔다.
우선 내가 먼저 질문을 했다.
"이렇게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제가 하려는 일이 잘 될까요?"
"뭘 하려고 하는데? 하고 싶은 일? 공부?"
"일단 집을 나가서 독립을 할거에요."
"그럼 집 나가서 잘 살려는지를 묻는거야?"
"집을 나가서 독립을 한 다음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구요..."
언니가(라기보단 아주머니지만) 카드를 팍팍 섞더니 반원 모양으로 쫙 펼쳐놓고 일곱장을 고르라고 했다.
그러고나서 자기가 세 장인가 네장을 더 뽑았다.
먼저 미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단 성공할거라고 한다.
그런데 방황카드가 나왔다고, 여러 번 고비를 넘기게 될 거란다.
뭐라뭐라 그리스신화 이야기(디오니소스 탄생비화)까지 곁들이며 카드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나에게 목표의식이 있다면 힘들겠지만 결국 그걸 이룰 거고 목표의식이 정확히 없다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 그냥 안정될 거라고 했다.
직업은 전문직종이 좋고 색채감각이 있으니까 뭘 하래더라 디자이너?(이건 나랑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 그런거 해도 좋다고.
그리고 또 뭐라고 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괜찮다는거네?
물론 좋은 소리 들으러 간 곳이긴 하지만 왠지 내가 바라는 대로의 대답이 그대로 나온 것 같아 기분 좋으면서도 좀 허무했다.
그리고 사실 그런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거긴 하지..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는 건 콜드리더라서 그런걸까 정말 카드점을 잘 풀이해서 그런걸까?
그리고 현재, 과거의 카드에 대해 설명을 해줬는데 워낙 빠르고 거침없이 두다다다 말을 해대서 정확히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다.(진짜 말 잘함)
두번째로 연애운에 대해 물어봤다.
요새 관심이 생겼으니까.
"먼저 물어볼게. 남자친구는 있어?"
"아뇨"
첫번째 처럼 카드를 섞어 늘어놓고, 일곱장을 뽑았다.
척척척척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늘어놓고 눈을 이상하게 감고 또 말을 줄줄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이렇게 눈감고 카드풀이 하기 시작하면 말투가 더 거침없어진다)
"지금껏 남자친구 사귄적 있어?"
"아뇨.."
"과거를 보니까 너한테 이제껏 남자친구가 없는 이유는 무기력 때문이라고 한다.
넌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면 쳐다도 안보지? 어떻게 연애를 해보려는 노력도 안했다고 한다.
막말로 네가 예쁜건 아니잖아? 꾸미지도 않고 사람도 안 만나고, 까다롭게 굴지만 말고 노력을 해야지 노력을.
연애를 하려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질게 무섭다고? 원래 다 그런거야 임마."
"너는 올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애를 할 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당연한거 아냐?) 확답은 못하겠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표현해보고 노력해 봐. 올해 연애운은 있으니까.
나중에 연하나 동갑, 외동과 인연이 있을수도 있고(연상이랑은 없는건가....;;), 3,4,9월달(이었나? 확실하게 기억나는건 9월달뿐)에 인연이 있을수 있어.(진짜 애매하네ㅋㅋ)
3월달 4월달(?)에 없으면 9월달에 있을거다.
아무튼 사람들 많은데 나가보고 좀 노력하면 올해 연애를 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또 두다다다다.
애매하게 에두른 설명이긴 하지만 나랑 맞아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동안 연애에 쭉 관심이 없었던게 맞고,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관심 없었던것도 맞으니까.
연애 한번 안 해본 사람이라고 하면 대충 찍어 넘길수 있는 말들이기도 하지만.
3,4,9월달에 그닥 신빙성은 없지만..(7월달에 생기면 어쩔건데) 본인도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으니까 뭐 .
예전에 왔다던 다른 친구한테는 확실하게 5월달에 인연이 생길거라고 했으면서 난 왜 다 애매한건데.ㅋㅋ
이건 나랑 좀 아닌데, 하는 부분들도 있었고...
어쨌든 왜 인기가 많은지는 알겠다.
나 역시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들으러 가는거고, 예언이라기보단 조언을 듣고 싶어한다.
예언도 확실하게 꼭 집어 예언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대화를 통해 사람을 파악하고 미래에 일어날수도 있는 일을 예상해서 애매하게 말해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나도 귀가 얇아서 듣고 있는 순간에는 엄청 혹했다.ㅋㅋ)
카드를 바탕으로 그럴싸하게 풀이하면 신기하고 재밌고.
게다가 인터넷으로 사주같은걸 봤을 때 처럼 찝찝한 기분이 남지도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잘 맞춘다고 해서 인기가 많고 입소문이 퍼진거지만 현재와 과거를 맞추는 점쟁이들은 워낙에 많다고 하고.
그 사람이 말한것은 그나마 정확하게 맞춘것도 아니고.(어느정도 정곡은 찔렸지만)
미래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거지.
내 미래에 대한 예언도, '성공할 것이다'라는 말은 기분좋게 수용하겠지만 세세한걸 물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그닥 진지하게 생각할만한 내용도 없었고.)
처음으로 가본 점집(?)이었고, 나름 재밌고 기분좋은 말도 들었기에 나쁘진 않았다.
내 친구는 남자친구가 있는것과 그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 까지 맞췄다는데 그렇게 잘 보이는 사람이 있고 안 보이는 사람이 있는걸까?(아님 내가 친구 말을 좀 과장해서 받아들였던가)
사실 좀 기대했는데, 기대만큼 신기한 일은 없었어...
사족))
난 이 세상에는 신기한 일이나 운명에 관한 예언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영혼도, 귀신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딜가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분명 세상 어딘가에는 기적이나 신비라는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스 크루파의 소설에서처럼, 세상엔 정말 시들지 않는 꽃 같은게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계속 신비한 것에 대한 이야기에는 혹할 것 같다.(설인, 괴인 이런거엔 관심없지만)
그닥 믿지는 않더라도 카드점같은것도 재미로 또 보고싶을것 같고.(기분 찜찜해지는 사주같은건 싫어하지만)
조금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접촉하고 싶어하는 마음이랄까.
호기심, 일종의 경외감 같은 것.
살다보면 평생동안 단 한번이라도 진짜 신비나 기적과 마주칠 수도 있는 일이고.
# by 달비 | 2008/02/28 13:08 | 트랙백 | 덧글(5)